인터넷이 개발된 것은 1970년대이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은 지금의 생동감, 콘텐츠, 풍부함과는 거리가 먼 칙칙하고 재미없는 공간이었다.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사용자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된 데에는 HTML과 이를 기반으로 한 브라우저의 발명이 큰 공헌을 했다. HTML과 브라우저의 결합은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는데, 이러한 변화는 사전에 예측하기 힘든 것이었다.

일리노이대학교의 젊은 프로그래머이던 마크 앤드리센(Marc Andreessen)은 모자이크(Mosaic)로 알려진 최초의 브라우저를 개발하였다. 그는 일리노이를 떠나 1994년에 스타트업 회사인 넷스케이프에 참여하여 전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인터넷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와 웹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이로 인해 인터넷 접속자는 믿기 힘들 정도로 크게 증가하였다. 1990년 1백만 명에 불과했던 접속자가 1995년 초에는 8천만 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월드와이드웹 이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을 기회로 활용할 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비중은 셋톱박스, VOD, 양방향 TV, MSN 등에 대한 여러 전략 중 하나에 불과했다. 1994년 초에 빌 게이츠는 젊은 두 명의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전략이 급격히 떠오르는 웹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계질서가 확고한 조직이었다면 이러한 이메일은 무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라면 위계를 따지지 않는 철저한 성과주의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빌 게이츠는 1994년 4월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인터넷이 컴퓨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적절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완전히 바뀌었다. 양방향 TV는 보류되었고, MSN은 HTML에 기반한 웹서비스로 바뀌어 다시 시판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자체적인 브라우저 기술 개발에 몰두하여 수개월 후에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와 경쟁할 수 있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발표하였다. 이에 필요한 기반 기술은 인수를 통해 확보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에서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 언어인 자바(Java)를 주요 경쟁자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로부터 라이선싱 하였다. 이 후에 나온 윈도우즈95와 NT에는 인터넷 프로토콜을 포함하였다. 또한 빌 게이츠는 MS 오피스 등 모든 응용 프로그램이 월드와이드웹을 수용하고, 문서를 HTML 형식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포함하도록 지시하였다. 1995년 12월 7일 한 연설에서 인터넷이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는 모든 일에 스며들어 있다고 빌 게이츠가 말할 정도로 전략의 변화는 분명해졌다. 그 때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1년을 단위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였으나, 인터넷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변화는 매우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적 표준을 지향하는 오랜 접근방식에서 탈피하여, 월드와이드웹과 관련된 공개된 표준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전환하게 되었다.

출처. 박철순, 김성훈, 서정일, 최원용. 전략경영 (경문사)